일상/글쓰기 (6)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름 바람(시) 여름 내음이 스민 공기가 코끝을 맴돌아서 가볍게 떨어지는 발걸음이 바닥보다는 앞을 향해서 두 눈은 잔잔한 색깔만을 응시하고 선선한 바람 소리만이 귓가로 들려올 무렵부터는 커버린 마음이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그저 서 있었던 장소를 기억하고 마음에 닿았던 손길을 추억하면 그걸로 꿈 한 자락이 지나가버린다 답지 않게 시원한 이 여름 바람이 고되었던 기억마저 바라게 만들면 남는 것은 선선한 마음밖에 없다 아스팔트 끝에 펄럭이는 저 나무가 잔가지가 아니라 잎을 떨어뜨릴 무렵에도 새로운 향기에 무뎌지지 않고 꼿꼿하기를 우리가 우리로 있었던 그 시간에 따스하기를 평화(수필) 평화롭다 동네 카페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숨 돌릴 새 없는 일상에서 찾은 말이라 생뚱맞은 것일 수 있지만, 평화롭다란 말은 그 자체로 나를 평화롭게 했다. 언제부턴가 이런 시간과 삶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화라는 말을 이렇게 써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내 옆을 스쳐가는 모든 활기찬 것들은 오히려 커다란 안정을 준다. 동네의 횡단보도에서는, 언젠가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스쳤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면. 그것이 사람이 스쳐간건지 그런 시간이 지나간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희미하고, 그래서 더 역동적이다. 그곳에 잠시 서서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본다. 애꿎은 방향이 아님을 확인하고, 감사하기도 하며, 그저 흐르지는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빠르.. 풋사과 같은 사랑이라니(시) 안녕하세요! 오늘은 '첫사랑'을 주제로 시 한 편 투척합니다. 풋사과 같은 사랑이라니 어린 날 과수원에서 봤던 연초록빛 사과 어른들은 너를 풋사과라고 불렀다 고개를 위로 젖혀야 보이던 분명한 초록빛의 사과 그때까지 사과는 모두 새빨간 줄로만 알았지 재촉하는 어른들의 말소리에 서툰 발걸음으로 받침대에 올라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지만 어미 가지를 꼬옥 붙잡고 있는 갈색빛 가느다란 의지가 손아귀의 힘을 풀으라고 자꾸만 속삭였다 낙엽을 몇 번이나 마주했을까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된 건 너도 한 송이 새초롬한 장미꽃이었다는 사실 어쩌면 더 달아지고 싶었을까 강렬한 선홍빛 옷으로 한껏 뽐내고 싶었을까 작은 나의 마음이 따듯한 감싸임으로 기억되었길 서툴렀던 발걸음이 다가오는 설레임으로 느껴졌길 풋사과 같은 사랑이라.. 여러분의 Soul Food는 무엇인가요? 편글스 이번주 주제 soul food입니다. 500% 의식의 흐름으로 빠르게 갈겨보았습니다...주저리주저리 글의 퀄리티는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소울 푸드, 자주 접하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 먼저 소울 푸드가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보았습니다. 자주 먹고, 많이 먹는 음식이 소울 푸드인가? 또는 자주 먹지 않아도 자꾸만 생각나는 음식인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 멋대로 소울 푸드의 정의를 '내 영혼의 파장과 일치하는 음식'으로 내려봤어요. 그러면 이제 제 영혼이 어떠한가라는 주제로... 들어가야하는데 너무 깊이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 같아(영혼이란 무엇인가, 영혼이 존재하는가와 같은 주제들이요. 전 그런거 잘 모릅니다) 쉽게 쉽게 생각해봤습니다. 영혼이란 단어는 그냥 저의 본질적인 무언가?로 .. 편글 릴레이 소설 중 7편 이번에 새로 들어간 글쓰기 스터디에서 릴레이 단편 소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는 7편을 맡게 되었는데, 앞 내용은 추후에 올려드리고, 이번에는 제가 작성한 부분만 올리겠습니다. . . . 깊어지는 이야기에 우리는 밤이 아닌 서로에게 잠기기 시작했고 이따금 통창을 두드리는 눈바람만이 어둠에 뒤덮인 별장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갑자기 좀 추워진 것 같지 않아?" 양손을 비비는 시늉을 하며 우정이 물었다. 재희는 문득 뭔가 눈치챘다는 모양새로 녹이 슬지 않은 구석을 찾기가 힘든 철제 난로 곁으로 다가갔고, 이내 불길한 소식을 전해왔다. "아, 이거 등유가 다 떨어져 버렸잖아. 나도 어릴 때만 와봤던 곳이라 연료 생각은 못했네..." 잠시 허리춤에 손을 얹고 고민하던 재희는 곧 고개를 번쩍 들어 결심했다는.. 자유시(제목미정) 얕은 숨소리, 미동하는 양 어깨, 갈무리하지 못하는 잡념. 예를 다하였느냐고 묻는다면, 맺음 없는 허무한 말소리조차 바스러질 것 같은 하루. 책임을 지고자 했지만 짐 지워줄 뿐이었고, 누군가의 쉼터를 꿈꿨지만 스스로의 잠자리조차 찾지 못한다. 작은 양심만이 자리에 남아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니, 한 무리의 자책감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실렁이고 있다. 연필을 들어도 서랍에는 쓸 수 있는 종이가 없다. 떨리는 손을 뻗어 더듬어보니 걸리는 것은 뭉툭한 지우개와 한 뼘에 미치지 못하는 마모된 플라스틱 자. 찾아야 하는 것은 때 묻은 필통이다. 있어도 모를 것들에 머무르는 시선, 보이지만 사랑 없는 것들에 닿아 있는 손끝, 그 사이 어질러진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켜켜이 쌓인 먼지 한 톨까지도 모두 마주하고 난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