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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글쓰기

평화(수필)

평화롭다

동네 카페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숨 돌릴 새 없는 일상에서 찾은 말이라 생뚱맞은 것일 수 있지만, 평화롭다란 말은 그 자체로 나를 평화롭게 했다. 언제부턴가 이런 시간과 삶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화라는 말을 이렇게 써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내 옆을 스쳐가는 모든 활기찬 것들은 오히려 커다란 안정을 준다.

동네의 횡단보도에서는, 언젠가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스쳤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면. 그것이 사람이 스쳐간건지 그런 시간이 지나간 건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희미하고, 그래서 더 역동적이다. 그곳에 잠시 서서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본다. 애꿎은 방향이 아님을 확인하고, 감사하기도 하며, 그저 흐르지는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중에도 지나간 시간은 잊되, 열정과 마음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명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가끔은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을 때가, 조금 더 가슴 벅찬 일들을 하고 싶은 때가 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지금이 아니면 이 자리에서 스스로 이토록 몰입할 기회도 없을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뻔한 말이 힘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진리로 다가온 때가 한 번씩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거창한 말도 필요 없이 지금의 일상이 즐겁기 때문이라는 말로 다 할 수 있다.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다음 학기에는, 취직만 하면. 뭐 그런 말들인데, 사실 그러한 순간이 와도 나는 변함없이 지금처럼 살 것을 알고 있다. 원하는 미래를 그리며 하는 입버릇 같은 말이지만, 어떠한 결핍에서 나오는 말은 아니며, 사실 무엇보다 지금이 충분히 즐겁다. 그렇기에 지금을 더 나답게 보내려고 노력하며,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열중하는 것이 내 나름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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