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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

[TIL] #0 - Today I Learned

Clean Architecture를 읽다가

빨리 가는 유일한 방법은 제대로 가는 것이다.
-Rober C. Martin

 개발자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Clean Architecture'의 추천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본문도 아니고 추천사에 있던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고, 본문 7페이지까지 읽는 시간은 TIL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느 때보다도 정신없이 바쁜 학기를 보내고 있는 4학년 1학기인데, 한 달여 전 과제를 하던 새벽녘의 시간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든 적이 있었다. 때아닌 우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몇 시간 만에 내린 결론은 시간의 흐름에 말려서 내 스스로를 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분명 언제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지만, 과연 행복한가, 또는 잘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하기 힘든 시점이었다. 나는 항상 뚜렷한 이상과 목표를 가지고 그를 위해 노력해나가는 사람이 되고자 했는데, 어느 때 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던 시기에 그런 의문이 들었던 것은, 맹목적으로 '열심히'만 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후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또는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여유가 있던 시기에는 항상 자아성찰 및 자기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었는데, 스스로가 바빠지니 마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황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지금보다 더 여유로워질 일은 없을 것 같았기에, 앞으로의 삶에서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경계를 하고 있던 중인 오늘, '클린 아키텍쳐'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고 '빨리 가는 유일한 방법은 제대로 가는 것이다.' 라는 문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그런 상황이었기에 더 가슴 깊이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자아성찰'에 대한 의미 말고도, 학습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단지 7페이지까지만 읽은 상태일 뿐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학습'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나이기에, 지금의 공부 방법이 '제대로' 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단지 열심히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해야한다. '내가 열심히 하니까'라는 생각으로 포장하는 습관은 내 목표에 다가서는 데에 방해가 되는 나태한 생각이다.

 

 운이 좋게도 요즘은 '학습'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좋은 교수님들의 수업을 듣고 있는 시기이다. 교수님들이 가끔 뇌과학이나 학습 방법, 태도에 대한 조언을 수업 중에 해주시는데, 예전이라면 귀기울이며 크게 동감했을 나였지만 최근에는 수업 내용이 아닌 부분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내 목표는 단순히 '취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스스로가 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게으른 뇌의 상태를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TIL을 시작하는 이유

 범람하는 정보와 생각들을 조금 더 다듬고, 정리하고, 표현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TIL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정보 전달의 공간이라기 보다는, 온전히 내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기록의 공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TIL을 매일 작성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생각은 없다. 단지 편하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기록하고 싶다. 기록의 중요성은 많은 내용을 공부할수록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잠시 머리속에 머물다가 스쳐지나간 아이디어들이 아쉬워지는 순간이 있다. 맺음짓지 못하고 스며내려간 생각의 파편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다시 주워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날 그날의 생각과 고민들을 기록해 놓고, 시간이 지나서 이 기록들을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나름의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거나 자기반성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빨리 가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내가 항상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가려는 노력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TIL을 하기로 결심한 동기 중의 하나로는 SOPT에서 만난 분이 열심히 TIL을 하고 계시다는 것도 있다. 이전에는 TIL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라는 일말의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주변에 TIL을 열심히 하는 분이 계시니 TIL을 하면 왜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열정적이고 멋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음에 감사하며, 나도 선한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마음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한다.